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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과 우리의 자화상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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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과 우리의 자화상

 

한정석 편집위원

 

 

 

지난 1118일 북한의 반인권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고 권고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85개 회원국 가운데 111개국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개별 국가의 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도록 하는 권고는 유엔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북한은 이 결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저항을 펼쳤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반응은 북한에 대해 냉정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세계의 반응

 

미국의소리방송(VOA)은 이튿날 세계 각국에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이메일을 보냈고 그 답장들을 공개한 바 있다. 대부분 자유민주주의국가들은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보였다.

캐나다는 북한의 극도로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강한 어조로 거듭 비난하며 끔찍한 강제수용소 내부 환경, 고문, 성폭행, 강제 낙태, 공개 처형 실태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인권 유린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캐나다는 북한 주민들 편에 서서 북한 정권의 억압적 조치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유엔 결의안 채택이 국제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고, 오스트리아 또한 유럽연합의 일원으로서 북한의 인권 유린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도록 해야 한다는 찬성의지를 밝혔다.

중립국인 스위스, 스웨덴 등도 북한의 인권 문제만큼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왔다. 특히 스위스 외무부는 스위스가 이번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을 뿐만 아니라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라는 문구를 빼려는 쿠바의 수정안을 부결시키는 데도 동참했다고 확인해 주기도 했다.

과거 공산치하에서 인권유린을 체험했던 폴란드와 체코 역시 입장은 같았다. 특히 체코 외무부는 인권 침해 가해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체코는 한 발 더 나아가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북한인권 현장사무소를 한국에 설치해 효과적인 조사, 검증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한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과 맞아 떨어진다. 이란, 쿠바, 스리랑카, 라오스, 에콰도르, 베트남, 벨라루스, 볼리비아, 이집트, 미얀마, 오만, 수단, 시리아, 우즈베키스탄,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 하나같이 후진국형 인권과 독재로 점철된 나라들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이 가세했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유유상종이라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특히 G2로 떠오르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이만저만 체면을 구긴 것이 아니다. 외신들은 결의안에 반대한 국가들이 대부분 중국의 원조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한국이 이 나라들을 비난할 처지냐 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한국은 노무현 정권 시절 두 차례 연속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

이런 노무현 정권의 태도에 대해 각국의 외교관들은 미얀마 등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보다 거세게 문제 제기를 했던 노벨평화상 수상 국가가 어떻게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그렇게 소극적일 수 있느냐는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한심한 것은 미국과 EU, 일본 등이 이미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음에도 정작 같은 민족이라며 통일을 외치는 한국에서는 9년째 북한인권법 제정이 보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야당 정치인들이 현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서슬 퍼런 북한인권법 반대기세에 주눅이 들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노동당은 20049월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에 항의하기 위해 주한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인권법안은 내정간섭이자 그릇된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가로막을 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재정 현 경기도교육감은 2006년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북한 내 고문과 처형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제시하자 저 내용들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무시했었다.

노회찬 전 진보당 대표는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망언을 했고,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절대 북한인권법을 국회가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라고 2010년에 주장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송민순 민주당 전 의원은 아예 “‘북한인권법은 선량한 주민탄압법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2004년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집단으로 항의 서신을 백악관에 전달했다.

구논회, 김교흥, 김태년, 김현미, 김형주, 백원우, 복기왕, 선병렬, 오영식, 우원식, 유승희, 이광철, 이기우, 이상민, 이인영, 이철우, 이화영, 임종석, 임종인, 정봉주, 정청래, 지병문, 최재성, 홍미영, 한병도(이상 열린우리당), 김효석(민주당) 의원이 서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인권법 제정의 당위성이 여론의 지지를 얻자 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은 마지못해 북한에 퍼주기식 근거를 만드는 북한민생인권법안을 발의하며 물 타기를 시도했다.

국내 종북 성향의 단체들의 북한인권법 반대 논리는 더 노골적이다. 이들은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이 북한에 대북전단지를 날릴 예산을 지원해 주는 법이라며 반대 논리를 펴고 있는데, 바로 ‘6.15선언 실천 남측본부를 비롯해 이름도 없이 급조되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들이다.

 

북한인권 세계에 알린 고 김상철 변호사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북한인권법의 최초 발의자는 누구였을까. 김문수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전 경기도지사)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9년 전인 2005811북한인권법안을 처음 발의했던 당사자들이다.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 17대 국회의원 시절인 2005811, 동료의원 28명의 서명을 받아 북한인권법을 최초로 발의했고, 법안의 주요 골자는 국가는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인권대사,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획단,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둔다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진실을 추적해 보면 오늘날 북한인권법의 제정 이슈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고() 김상철 변호사(전 미래한국 발행인)가 그 주인공이다.

김상철 변호사는 1999년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현 세이브엔케이)를 설립해 1180만명의 서명을 받아 뉴욕 유엔총회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그리고 미 의회 등에 전달하고 북한이탈주민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또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인도하는 뉴엑소더스조직을 만들어 1000여명의 탈북자들을 안전하게 한국으로 인도함과 동시에 미국 워싱턴과 제네바 등에서 100여 차례가 넘는 탈북자 증언 인터뷰와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개최해 북한인권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다.

김상철 변호사의 그러한 활동으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은 1990년대 국제사회에 알려지게 됐다. 그리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유엔 차원의 개입 전략이 추진됐다.

유엔 인권소위원회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유엔 차원의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했으며 북한인권결의안은 2003년 제59차 유엔인권위원회부터 3년 연속 채택됐다.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는 데 있어서도 김상철 변호사의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의 역할은 컸다. 그는 미 하원 외교위원장 등을 민나 미국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탈북자들을 워싱턴에 보내 의회 증언을 하도록 하는 데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에서는 북한인권법이 200517대 국회와 200818대 국회에서 모두 발의됐지만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해 폐기되는 상황을 맞았다.

19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북한인권법의 제정은 불투명하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과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은 서로 상충하는 점이 있다.

새누리당의 법안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호가 강조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법안은 인도적 지원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야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서 법안 심사에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지만 북한에 인권 개선을 촉구하면서 협력을 증진한다는 것이 과연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해답이 쉽지 않다.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도 복잡하다.

인권위는 북한인권을 개선하려면 인권 개선 요구와 함께 남북간 교류협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정부부처에서 북한 당국을 대상으로 인권 개선 요구와 교류협력을 함께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인권위의 입장은 북한인권 문제는 인권위 소관으로 정하고 협력은 통일부 소관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국내 북한인권법 제정의 여러 이해관계와 이념들이 갈리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입장도 양분되기 마련이다.

당장 북한인권법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시각이 판이하게 다름에 따라 국내 정치세력 간에도 미묘한 갈등은 쉽게 하나로 통합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유엔의 김정은과 그 일당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를 권고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한 만큼 한국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인권법에 대한 여야의 시각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야당의 반대 때문에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대단히 실망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다른 목소리가 있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인권법은 조속히 통과해야 합니다. 민생 운운하며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통일 후 북한 주민들한테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합니다.”

이번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도출 과정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 이정훈 인권대사(본지 부회장)의 말이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역시 같은 입장이다.

지난 달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인제 최고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9년째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지 않고 표류 중이라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자 밀도 높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북한 주민 인권 문제는 당연히 우리의 문제이므로 내정 문제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시각이라며 인권 범죄는 한 나라 주권의 범위를 뛰어넘는 인류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에 역시 내정 문제라는 이론은 성립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체로 새누리당 의원들의 경우 북한인권법의 제정은 피할 수 없다고 보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야권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이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에 예산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대결주의라고 비난한 바 있다.

문재인 의원은 2010인권정책 10대 과제 발표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국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목적은 찬성하지 않는다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분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생존권(生存權) 부분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인도적(人道的) 지원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내 종북 성향의 단체들은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실질적으로 북한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북한을 이라크처럼 공격해 무너뜨릴 빌미를 위한 법일 뿐이라는 것이 주요 논지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 북한 당국은 올해 913일 조선인권연구협회 이름으로 북한인권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10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최초의 설명회를 가졌다.

태도를 바꾼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를 형사재판소로 가져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마이클 커비 COI위원장은 지난 6월 본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반응을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 지도자들도 이제 인권 범죄들이 국제사회에서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그런 변화들이 있었어요. 예컨대 이전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최근 일부에 대해 수용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식량 원조에 대한 모니터링도 받아들인다고 했고,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재조사하겠다고 일본과 합의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훈 인권대사는 북한이 탈북자 처형문제에 보다 신중해질 것이고, 또한 중국 역시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하는 문제에 있어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이번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역시 이제 남은 것은 대한민국의 결정이다. 한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문제는 국제사회로부터 비웃음을 사느냐 박수를 받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같은 동족에 대해 반민족적이냐 애국애족이냐의 문제로 평가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kalito7@futurekorea.co.kr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377

미래한국, 20141210() 13: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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